출근하는데 아랫집 할아버지를 우연히 만났다.늘 그렇듯 그는 큰소리로 다정한 인사를 보낸다."안녕하세요? 뭐 하신대요?""어, 마늘 밭에 풀이 자꾸나네. 좀 뽑고 있어""네, 고생하셔....."말이 끝나기 전에 가지말라는 손짓과 함께 말을 보태신다."팥죽 워뗘?""팥죽요? 좋죠."아직 동지가 멀었는데 벌써 팥죽을 쑤셨나? 싶지만 그래도 뭐.워낙 자주 이것저것 도와드리기도 하고 읍내 나갈 때나 올 때 시간 내서모셔다 드리기도 하니까 늘 선물을 주시곤 한다.얼마 전에는 도토리 묵을 주셨는데... "어, 좋아? 다행이구먼"뭔가 이상하다. "네, 저 그런 거 좋아해요""아니, 팔뚝 어떠냐고?"아하, 얼마 전 어깨가 아파서 열흘 정도 입원했었는데 안부를 물어보는 거였다. "아, 네. 팔뚝요? 좋아졌어요"몇 마디 더 오고간 후 씁쓸한(?) 표정으로 갈길을 가는 그.빙긋 미소가 지어진다.